한국 게임 회사들은 모바일 MMORPG를 만드는 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게임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지 않아도 과금 체계 덕분에 큰돈을 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MMORPG의 의미와 요즘 모바일 MMORPG 신작의 특징에 대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MMORPG 의미
MMORPG는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게임 내 공간에 모여서 플레이하는 형태의 게임입니다. 예를 들어서, 게임 내 특정 필드에 여러 명이 함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것입니다. 사전적 의미는 대규모 다중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입니다. 결국 MMORPG 장르라고 불리기 위해서는 사람이 많아야 하며, 게임 내 한 공간에서 모든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야 하고, 각자 원하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게임이어야 합니다. MMORPG 장르의 대표적인 예로는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등이 있습니다.
한국 MMORPG의 과거 그리고 현재
한국에서 MMORPG라는 장르가 흥행하기 시작한 지 약 25년이 지났습니다. 바람의 나라, 리니지를 시작으로 한 온라인 게임 열풍은 IMF 기간 동안에도 계속되었으며, 지금까지도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물론 MMORPG 장르만 항상 흥행했던 것은 아니고 라이엇 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 그리고 PUBG의 배틀그라운드 등 다른 장르가 PC 게임 시장에 진입하면서, MMORPG 장르는 자연스럽게 모바일로 시장을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MMORPG 장르가 PC 시장을 완전히 배제한 건 아니었습니다. 요즘 대부분의 모바일 MMORPG 신작은 PC 전용 클라이언트를 지원하기 때문에 사실상 PC 게임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과거 MMORPG 특징
전통적인 MMORPG 장르가 가지고 있던 특징들에 대해 다루어 보겠습니다. 요즘은 그 의미가 퇴색된 지 오래되었으며, 실제로 MMORPG 장르에서 예전의 재미를 찾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게임별 특색
과거 MMORPG는 게임별 특징이 매우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서, 리니지와 메이플스토리, 다크에덴 등 각자의 콘셉트를 가지고 있고, 게임의 차별성이 돋보였습니다. 리니지는 중세 판타지, 메이플은 카툰 그래픽, 다크에덴은 인간과 뱀파이어의 대결 구도 등 게임 간 특징을 명확하게 알 수 있었고, 본인의 취향에 적합한 게임을 선택하곤 했습니다.
각자 다채로운 콘셉트로 구성되다 보니 사람들의 신작에 대한 기대도 굉장히 컸습니다. 신작을 접할 때마다 매번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습니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MMORPG 장르를 주력 상품으로 개발하는데, 엔씨소프트의 게임은 출시될 때마다 굉장한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리니지 이후에 리니지 2, 아이온, 블레이드&소울까지 이어진 엔씨소프트의 창의적인 개발력은 정말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이처럼 과거 MMORPG는 게임별로 특색이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시간 투자형 게임
MMORPG의 기본은 시간 투자 대비 성장이 명확하다는 것입니다. 롤플레잉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을 오래 할수록 더 빨리 강해지고,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성장에 대한 보상도 뚜렷했습니다. 예를 들어, 오랜 시간 공을 들여서 성장한 후에는 캐릭터가 강력해진다든지, 새로운 스킬을 습득하는 등의 확실한 보상이 주어졌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게임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으며, 본인 게임 캐릭터의 성장을 바라보면서 기쁨과 보람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누구나 시간을 많이 투자하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고, 물론 개인 간 노하우 차이는 있었겠지만 그리 큰 차이는 아니었습니다.
커뮤니티 활성화
MMORPG는 여러 명이 어울려서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커뮤니티 요소가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지루한 성장 과정 속에서 커뮤니티를 통해 사람들과 대화하고, 심지어 온라인상에서 친해진 사람들과 실제로 만나서 친해진 경우도 있고, 결혼까지 이어진 경우도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이러한 인연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서 게임 관련 기자들이 취재를 하기도 하고, 게임사에서는 결혼 축하 이벤트 등을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커뮤니티 활성화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먼저 과거 MMORPG는 PC 기반의 게임이라는 것입니다. PC의 특성상 키보드와 마우스를 이용해서 게임을 플레이하고, 모바일에 비해 상대방과 문자를 통해 소통하는 것이 쉽습니다. 키보드는 모바일에 비해 속도가 빠르고 정확하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요소는 자동 시스템의 부재입니다. 자동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게임 플레이 내내 화면을 쳐다봐야 했습니다. 덕분에 지루한 성장 과정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생기게 되고, 자연스럽게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것이었습니다.
현재 MMORPG 특징
요즘 MMORPG는 게임이라고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부분이 변했습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몇 가지만 추려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비슷한 콘셉트
한국 MMORPG는 모두 중세 판타지에 올인했습니다. 리니지의 성공 이후로 중세 판타지형 모바일 MMORPG는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게임 개발회사에 깊이 각인되었고, 실제로 이것이 증명되기도 했습니다. 라이언하트 오딘, 넥슨 히트, 히트 2, 엑스엘게임즈 아키에이지 워, 넥슨 프라시아전기, 위메이드 나이트크로우 등 수없이 많은 중세 판타지 풍의 게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콘셉트도 비슷하지만 시스템도 비슷했고,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 눈에는 같은 게임으로 보일 정도입니다. 하지만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높은 매출을 기록한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게임사는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굳이 많은 시간과 인력을 들일 필요가 없게 된 것입니다.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창작의 고통을 겪지 않고도 높은 매출을 이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임 유저의 입장에서 보자면 엄청나게 실망스럽지만 회사 입장에서 보자면 투자 대비 효율이 가장 높아서 쉽게 포기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99% 동일하게 만들어도 신규 유저 유입과 매출이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현금 투자형 게임
예전과 다르게 요즘은 과금 구조가 굉장히 복잡해졌습니다. 예전에는 신규 게임이 론칭하면 게임의 콘셉트, 특색, 시스템 등을 미리 살펴보곤 했지만 요즘은 비즈니스 모델(BM) 구조가 어떻게 되어있는지가 주된 요점이 되었습니다. 확률형 뽑기 시스템이 등장하고, 사람들의 관심이 옮겨갔습니다. 예전에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캐릭터가 강해질 수 있을지 고민했다면, 이제는 얼마나 많은 현금을 투자해야 캐릭터가 강해 질지를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모바일 게임에서 100만 원을 투자하는 건 흔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같은 변화는 플레이 기기의 변화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PC에서 결제를 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복잡한 과정이 필요합니다. 카드 번호를 입력하거나 계좌 이체 방식으로 진행해야 하며, 예전에는 은행에 직접 방문하는 일도 잦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모바일 기기에서 지문만 있으면 어디서든 손쉽게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결제에 대한 부담감이 확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제는 시간을 굳이 많이 들이지 않아도 충분히 캐릭터가 강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게임 내에서 강력한 캐릭터를 만나면 그 사람의 '노력'에 대해 놀라곤 했지만, 이제는 그 사람의 '재력'에 대해 놀라곤 합니다. 유명 유튜브 스트리머들은 1억 원도 쉽게 투자할 정도의 재력을 갖추고 있으며, 간혹 수십 억을 투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동 시스템
자동 시스템은 요즘 MMORPG의 필수 덕목입니다. 크게는 자동 이동과 자동 사냥 시스템을 지원하고, 사실 모바일 MMORPG에서 자동 사냥 시스템이 없는 모습을 상상해 본 적도 없습니다. 모든 것이 자동화되어 있다 보니 이제 직접 플레이하는 게임이 아니라 구경하는 게임이 되었습니다. 마치 예전에 한국에서 유행하던 다마고치와도 같습니다. 다마고치보다 더 화려하고, 복잡해진 것뿐 기본 골자는 똑같습니다. 일정 기간마다 캐릭터에게 필요한 아이템을 보충해 주고, 몇 시간 뒤에 잘 자라고 있는지 구경하는 것뿐입니다.
이렇게 되자 게임사 입장에서도 더 효율적인 것에 투자를 하게 됩니다. 원래 게임은 사람이 즐기는 것이었기 때문에 사운드, 이펙트, 시나리오 등 직접 플레이어가 마주하는 부분에서 많은 공을 들여 개발했습니다. 더빙을 하기도 하고, 몬스터 사운드에 집중하고, 게임의 여러 가지 요소들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단순히 보는 게임이 되다 보니 이러한 요소들은 모두 안중에도 없고, 이제는 오로지 비즈니스 모델(BM)만 고민하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게임 회사의 입장에서는 어떤 BM을 통해 유저들의 과금을 더 이끌어 낼 것인지가 주요 고민거리가 된 것입니다.